중국인의 저축 습관이 미중 무역전쟁을 불렀다고? 미국이 화난 진짜 이유

2025. 5. 19. 05:28경제 브리핑

중국인의 저축이 무역전쟁을 불러왔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저축을 많이 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2022년 기준 중국의 총저축률은 무려 GDP 대비 46.46%.

같은 해 한국은 34.26%, 일본은 28.78%, 독일은 25.81%, 미국은 고작 17.3%였습니다.

 

중국인의 소비가 낮고 저축 성향이 높은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습니다.

단순한 ‘절약 정신’ 때문만은 아닙니다.

  • 사회안전망 미비: 의료, 교육, 노후에 대한 불안감
  • 주택시장 거품 우려: 부동산 가치 하락 우려로 현금 선호
  • 낮은 시간선호도: 현재보다 미래를 위한 소비 경향

이러한 소비 억제는 결국 내수 침체를 유발하고, 중국 정부는 투자와 수출 중심으로 성장을 유도해왔습니다. 문제는 이로 인해 과잉생산이 발생하고, 그 물량이 미국 시장으로 쏟아졌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과잉 소비는 중국의 저소비 때문?”

미국 보수 진영과 일부 경제 관료들은 중국의 높은 저축률이 미국 제조업 붕괴의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대표적 인물이 마이클 페티스(Michael Pettis) 베이징대 교수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자체적인 과잉 소비 때문이 아니라,
중국의 저소비가 만들어낸 반작용이다.”

 

즉, 중국이 내수 소비를 억제하고 수출로 성장한 결과, 미국은 값싼 공산품에 의존하게 됐고, 자국 산업은 도태되었다는 논리입니다.

또한 중국은 벌어들인 무역흑자로 미국 국채를 대량 매입했고, 이는 달러 강세를 유도해 미국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더 약화시켰습니다.

이른바 “미국의 손발을 묶은 중국 저축”이라는 비판입니다.

미국의 손발을 묶은 중국 저축

 

트럼프의 무역전쟁 배경에도 이 논리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선포했습니다. ‘펜타닐 밀수’나 ‘기술 절도’ 등이 명분이었지만, 근본에는 중국발 제조업 붕괴에 대한 분노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최근 미국 언론은 트럼프 주변의 경제학자들과 관료들이 “패티스 이론에 물들었다(pettis-pilled)”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미국 정계 내부에서도 “무역적자를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반론도 존재한다: 단순한 원인으로 보기엔 복잡한 현실

물론 미국 제조업의 쇠퇴를 단지 중국의 저축률 탓으로 돌리는 것은 단순화된 해석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 기술 발전: 자동화로 인한 고용 감소
  • 해외 직접 투자 증가: 미국 기업들의 공장 해외 이전
  • 저숙련 제조직의 구조적 쇠퇴
  • 중국산 제품은 미국 소비자에게는 ‘저렴한 대안’

즉, 중국산 제품 유입은 미국의 소비자에게 물가 안정이라는 긍정적 역할도 했으며, 문제는 균형 없는 구조적 변화에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한국은 어떻게 봐야 할까?

한국은 수출 중심 경제라는 점에서 중국과 유사합니다. 무역흑자를 기반으로 경제를 성장시켜온 모델이었고, 국민 저축률 역시 매우 높은 편입니다. 이 관점에서 한국이 고려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중국 간 무역구조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줄이고
  • 미국, 인도, 동남아 등 신시장 확대 전략이 필요

내수 기반 확대의 중요성 인식

  • 장기적으로 수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내수 진작 정책을 병행해야 함

양국과의 외교·경제 균형 유지

  • 미국의 ‘리쇼어링(자국 생산 회귀)’ 전략과 중국의 ‘내순환’ 정책 모두를 관찰하며 균형 잡힌 공급망 포지셔닝 전략이 필요

마무리: 저축은 미덕일까, 위협일까?

중국인의 저축 습관은 그 자체로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국가 단위에서의 '저축과 소비의 불균형'은 세계 경제에 예상치 못한 충격파를 던질 수 있습니다.

“한 나라의 선택이 글로벌 공급망을 흔든다.”

앞으로 우리는 소비, 생산, 금융의 흐름이 정치와 안전보장까지도 좌우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경제를 보는 눈, 조금 더 넓혀야 할 때입니다.